Last edit : Jan 2020
호텔 소울즈 회고(2) 인디게임 개발은 험난해

사실 이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사실 회고를 적기로 마음 먹었을 땐 1편에 쓴 추억 위주의 에피소드보다는 지금 이 얘기가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디 개발은 험난하다. 정말이지 소규모 팀에게는 그냥 게임을 개발해내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개발에 대한 얘기는 3편에서 하도록 하고 여기서는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인디로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적어 보려고 한다.

번역을 하다가 느낀 것은

한국어는 사람을 지칭할 때 딱히 성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캐릭터들의 성별이 게임에 전혀 중요한 요소도 아니고 성별을 딱히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영어 번역을 맡기면서 캐릭터들의 성별을 확실히 지정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어차피 인간인 듯 아닌 듯 한 하얀 덩어리들인데 성별이 확실해야 한다니 유감이었다.

그리고 로컬라이징을 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기게 된다. 우선 영어는 한국어보다 비교적 문장이 길기 때문에 한국어를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게임에 적용하니 인게임에서 문장이 텍스트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 흔했다. 결국 언어별로 폰트 사이즈가 각각 다르게 나오도록 만들어 줘야 했다. 또한 한국어/영어/일어를 지원 + 각 언어에 어울리는 폰트를 사용하려다보니 결국 각 언어마다 폰트를 다르게 지정해줘야 했다…

일어 번역의 경우 전문 번역가에게 맡기지 않고 기계번역을 바탕으로 고마운 지인분들이 모여 검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파이썬으로 간단한 스크립트를 짜서 구글 번역기로 초벌을 진행하였는데…

번역기가 흑...을 검을 흑으로 번역한 사진

번역기가 수포와 발진을 이상하게 번역했다는 채팅 내용

구글 번역기… 물론 훌륭한 번역기지만 일어는 파파고가 더 잘 하는 것 같다. 그래도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괜찮은 퀄리티가 나와서 무사히 일본에서도 팔리고 있다. (아, 유저 분들의 오역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https://github.com/0x1f440/TranslateHotelSowls 를 참고해 주세요!)

양식 넘어 양식

먼저 게임을 만들었으면 스팀에 출시를 해야 하는데 스팀에 출시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우선 모든 절차가 끝나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니 출시일에서 아무리 늦어도 2달 이상의 여유를 잡고 이 과정을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나는 게임 개발하는 데 정신이 팔려서 이 사실을 약간 늦게 깨달았다.

SS-4양식

우선 스팀 출시를 위해서는 EIN(Employer Identification Number)이라는 것을 발급받아야 한다. 그걸 위해 SS-4라는 엄청난 양식을 채워서 미국 국세청에 우편으로 보내거나 통화를 해야 하는데 우편으로 보내면 3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혹시 실수 한 번이라도 하면 두 달 정도는 통채로 날아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난 최대한 빠른 처리를 위해 미국 국세청과 스카이프로 통화해야 했다… 우선 서류를 미리 준비해 놓고 팩스 앱으로 국세청에 팩스를 보냈다. 전화로 그 자리에서 틀린 정보가 없는지 확인받고 모든 정보를 내 입으로 다시 말해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나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고, 상대 직원분도 내가 늘 미드에서 듣던 발음이 아니어서 처음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굉장히 친절하셔서 난관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새벽 4시에 진땀빼며 서류를 완전히 접수할 수 있었다. 직원분이 EIN을 전화로 불러 주셨는데, EIN 데이터베이스에 완전히 올라가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지만 스팀에 제출하는 것은 바로 해도 상관 없다고 해서 바로 스팀웍스에 파트너 신청을 할 수 있었다.

파트너 신청에는 EIN과 계좌 정보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쩐지 2주가 지나도 승인이 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스팀에서 여권 사진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그게 스팸함에 들어가서 내가 보지 못하고 2주를 날리고 만 것이었다. 혹시 스팀에 게임을 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여권 사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스토어 설명 작성도 일이다

출시 직전은 정말 정말 바쁘고 정신이 없다. 그 때 숨어 있는 의외의 복병이 바로 상점 페이지 설명이다. 언어, 태그, 캡슐 이미지, 최소 사양 등 스토어 설명에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채워야 한다. 물론 나중에 언제든지 수정 가능하긴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대충 적는 것보다는 미리미리 준비해 놓는 편이 심신의 안정이 올 것이다. 나는 다행히 토트와 2인 팀이었기 때문에 스토어 설명 등은 토트가 열심히 일해주어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상점 페이지가 승인되는 데 3일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체감상 더 빨랐다. 그러나 얼리억세스 신청에 일주일 정도를 날렸는데, 얼리억세스라면 이유라던가 계획을 적는 부분이 있다. 그것을 대충대충 한 두줄 적었다가 거절당하기 십상이니 자세하게 적어야 한다.

상점페이지가 셋업된지 2주 후부터 빌드를 올릴 수 있고 빌드를 올리면 스팀에서 그것을 또 검수하고 승인해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튼 출시 준비는 꼭 2달 잡자. 특히 첫 출시라면…

CS팀? 우린 그런 거 없어요

아트와 프로그래머, 단 둘이 있는 개발팀이다 보니 출시 후에도 할 일이 정말 많았다. 밀려들어오는 버그와 문의 메일에 답장하다보면 생각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텀블벅 키를 다시 받을 수 있냐는 요청이 많았던 것 같고, 가끔은 인터뷰 요청이나 방송용 키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우리는 두 명이라 할 만 했던 것 같다. 한 명이 너무 힘들거나 바쁘다면 다른 한 명이 대응해줄 수 있으니까.

2인 팀으로 개발을 하면서 (특히 졸업전시를 위해 개발하던 시절) 주위 사람들이 조별과제처럼 서로 싸우거나 불편했던 기억 없냐, 앞으로도 2명이서 하고 싶냐고 묻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2인 팀이라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였다면 너무 벅찼을 것 같다. 내가 힘들 때 백업해줄 믿을만한 팀원이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한 일이다.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홍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우리도 어떻게 해야 홍보가 잘 될지 연구해 보는 중이다. 아직까지 굉장히 성공적인 방법은 없었던 것 같다. 스팀은 출시를 하면 30일 동안 게임의 노출 빈도를 늘려 주는데, 얼리억세스 출시 후 정식 출시를 하면 이 기회를 2번 얻을 수 있어 이득이다. 그 외에 우리가 사용해 본 방법은 아래와 같다.

  • 트위터
    • 아마 트위터를 통해 제일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 알티이벤트보단 그냥 귀여운 그림이나 플레이영상이 인기가 많았다.
    • 내 트윗이 알티타면 슬쩍 홍보하기. 원래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제는 마구마구 홍보하는 사람이 되었다.
  • 큐레이터 커넥트
    • 스팀에서 스팀 큐레이터에게 키를 제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이다. 편하게 많은 큐레이터에게 내 게임을 전달할 수 있다. 단, 생각보다 빨리빨리 리뷰가 올라오진 않는다.
    • 메일로 큐레이터 커넥트를 통해 키를 제공해 달라고 써준 분들의 경우는 리뷰를 빨리 올려주는 편이다. 굉장히 상세하게 써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 해외 사이트에 글 써보기
    • 레딧에 글을 올려 봤지만 업보트 수나 댓글에 비해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던 것 같다. 레딧 사이트 자체가 셀프 홍보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룰이 있는 것 같았다.
  • 스트리머 분들께 메일 쓰기
    • 사실 그래프를 보면 유명한 스트리머 분께서 한 번 스트리밍을 해 주면 확실히 매출이 오른다.
    • 하지만 아직 메일을 쓰진 않아서 효과는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스트리밍 해 주시면 좋겠다…

그 외 아직 생각만 하고 시도하지 않은 방법들이 있다. 꾸준히 업데이트 하도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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